우리 딸이 3D로 그려준 ‘진짜 우리 집’
설계도면이 완성됐을 때였습니다.
그림은 다 나왔고, 구조도 확정됐는데
왠지 마음 한편이 허전했습니다.
벽도 있고, 창도 있고, 방도 정해졌지만
이게 정말 우리가 살아갈 집이 맞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도면엔 숫자와 선은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길 온기나 감정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딸이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아빠, 이거… 내가 3D로 한번 그려볼까요?”
“입체로 보면 좀 더 느낌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그 한마디에서, 우리 가족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우리 집을 함께 만든 디자이너
우리 딸은 컴퓨터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지금은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날 이후, 딸은 설계도면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3D로 우리 집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거실엔 소파가 들어오고,
햇살이 창문을 통해 흘러들어오고,
아이방엔 책상과 작은 조명이 배치됐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딸이 말하더군요.
“이 방은 창문 조금만 줄이면 햇살이 더 부드러울 것 같아요.”
“엄마 방은 따뜻한 색감으로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툭툭 던지는 말이 아니라,
가족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건네는 말투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느꼈습니다.
이건 그냥 집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이구나.
수정을 거듭하며 완성해 간 ‘우리 집’
처음 만든 3D 이미지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딸과 함께 하나씩 의견을 나누며
조금씩 수정하고 다듬어 나갔습니다.
“이 벽은 좀 막힌 느낌이 드네요.”
“햇빛 들어오는 방향을 고려해서 창 위치를 조정해 볼게요.”
그렇게 열 번도 넘는 수정 끝에,
드디어 우리 가족의 생활과 감정을 담은
입체적인 집이 탄생했습니다.
도면으로는 보이지 않던 것들—
감정의 여백, 생활의 리듬, 햇살의 각도까지
딸은 차근차근 그려 넣어 주었습니다.
공사보다 더 소중했던 시간
솔직히, 처음엔 설계도대로만 지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간보다 더 소중했던 건 딸과 함께한 대화와 참여의 시간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우리 가족을 잘 아는 딸이
정성과 시간을 들여 도와준 그 과정은,
그 어떤 시공보다도 값졌습니다.
“아빠, 엄마랑 같이 만든 집이라서 더 좋아요.”
그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아마 그날 이후부터 저는 마음속에서
이 집에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도 집을 짓고 계신가요?
혹시 지금 도면을 들여다보며
“이게 진짜 내가 살 집이 맞나?” 고민 중이신가요?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우리 집을 한 번 그려봐 줄래?’라고 말해보세요.
종이에 펜으로, 간단한 색연필로, 혹은 3D 프로그램으로.
그 방식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길 당신이 보지 못했던 따뜻한 시선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당신의 집을 **진짜 '우리 집'**으로 완성해 줄 마지막 조각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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